코로나19 팬데믹은 공연예술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을 주었으며, 특히 뮤지컬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변화의 기회도 존재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지금, 한국 뮤지컬 시장은 단순한 회복을 넘어 구조적인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공연 유통 구조의 변화, 온라인 공연의 도입, 대형 제작사 중심 구조의 균열 등 뮤지컬 시장의 재편 과정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유통 구조의 변화: 티켓 플랫폼과 대관 시스템 재정비
코로나19 이전에는 대부분의 티켓 유통이 특정 대형 예매사이트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인터파크, 예스24 등 몇몇 플랫폼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중소 공연단체나 독립 제작사의 접근성은 낮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동안 공연 수가 급감하자, 각 플랫폼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민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중소 콘텐츠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소극장 중심의 창작뮤지컬과 지역 공연장의 콘텐츠가 플랫폼 전면에 노출되는 빈도가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티켓 예매와 더불어 공연 실황 VOD, 팬미팅 중계, 굿즈 연계 등의 부가상품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유통 구조가 다층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단일 수익원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다각화와 함께 공연 콘텐츠의 생명력이 연장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한편, 공연장 대관 시스템도 일부 개편되었습니다. 서울 내 주요 공연장은 기존 ‘대형 제작사 우선 대관’에서 ‘공모제 확대’로 일부 정책을 변경하였고, 이로 인해 창작자와 신진 기획사의 진입장벽이 다소 낮아졌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유통 변화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시장 전반의 구조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연과 하이브리드 상영의 확산
코로나19 시기 동안 많은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뮤지컬 업계는 생존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대체재였던 ‘온라인 중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콘텐츠 형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라이브 스트리밍과 편집 영상의 차별화, 유료 관람 체계의 안정화 등이 이루어지면서 온라인 공연은 중요한 시장 축으로 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웃는 남자>, <몬테크리스토>, <데스노트> 등 대형 작품들이 온라인 유료 생중계를 시도하였고, 해외 팬까지 타깃으로 삼아 글로벌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 뮤지컬이 단순한 내수 중심 산업에서 글로벌 콘텐츠로 나아갈 수 있음을 증명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오프라인 공연과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상영’이 정착되면서, 지역에 거주하거나 현장 방문이 어려운 관객도 뮤지컬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방식은 관객층의 다양화와 충성도 강화를 동시에 이끌어냈고, 극장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유통 채널 확장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제작사 중심 구조의 균열과 새로운 기회
팬데믹 전까지 한국 뮤지컬 시장은 CJ ENM, EMK, SHOWNOTE 등 소수 대형 제작사가 주도해왔습니다. 이들은 강력한 자본력과 마케팅, 유명 배우 캐스팅을 기반으로 한 대극장 중심 뮤지컬을 제작하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장기적인 공연 중단과 매출 급감은 이들조차도 큰 타격을 입혔고, 제작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한 새로운 협업 모델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제작, 레퍼토리 공유, 투자 분산 등의 방식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독립 제작사나 신진 창작자들에게도 일정 부분 기회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일부 대형 제작사는 자체 제작만이 아닌 외부 창작진과의 협업 비중을 늘리며 창작 다양성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 역시 ‘브랜드 중심 소비’에서 ‘작품 중심 소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정 제작사의 이름보다는 작품의 주제, 서사, 연출 등에 주목하는 흐름이 강화되었고, 이는 창작자 개인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제작구조는 여전히 불균형 요소가 존재하지만, 분명히 균열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 뮤지컬 시장은 단순한 복귀가 아닌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있습니다. 유통 구조의 변화, 온라인 공연의 확산, 제작사 중심 체계의 균열은 모두 공연예술 생태계의 건강한 진화를 예고합니다. 위기 속에서 드러난 가능성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K뮤지컬은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구조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